
Photo by Giang Nguyen on Unsplash
태국 북부의 고도(古都) 치앙마이는 나에게 있어 단순한 체류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아세안 회원국의 여러 도시에 항공편으로 쉽게 연결되는 이점이 있어 동남아시아는 물론 호주와 뉴질랜드로 뻗어 나가는 바이크 투어의 베이스캠프이자, 언제든 새로운 길로 떠날 준비를 하는 ‘라이더의 정거장’이다. 이번 여정의 목적지는 베트남의 심장, 하노이. 치앙마이의 맑은 공기를 뒤로하고, 설렘을 안은 채 하노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HOG 형제들의 익숙한 환대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하자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훅 끼쳐왔다. 입국장을 나서자마자 마주한 것은 낯선 언어가 아닌, 형제들의 따뜻한 미소였다. 하노이 HOG 챕터 회장단, 그리고 멀리 남부 다낭에서 나를 맞이하기 위해 한걸음에 날아온 다낭 챕터의 ‘쭝(Trung)’ 회장이 그곳에 있었다. 단지 나를 환영하기 위해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700km가 넘는 거리를 날아온 쭝 회장의 정성은, 라이더라는 공통분모가 얼마나 강력한 결속력을 갖는지 다시금 깨닫게 했다.
우리의 첫 만남을 기념한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한식당이었다. 하노이 현지에서 맛집으로 통하는 ‘고기 하우스(GoGi House)’에서 숯불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를 사이에 두고 우리는 잔을 부딪쳤다. 정작 한국인인 나보다 한식을 먹으며 즐거워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국적을 초월한 식탁의 교감이 피어올랐다.
강이 품은 용의 도시, 하노이

하노이는 이름 그대로 ‘강(Ha)의 안쪽(Noi)’에 자리 잡은 물의 도시다. 홍강이 굽이쳐 흐르고 도시 곳곳에 보석 같은 호수들이 박혀 있는 이곳은, 과거 ‘탕롱(乘龍)’ 또는 ‘통킹(東京)’ 불리며 천 년 넘게 베트남 역사의 중추를 담당해왔다.
서울과는 1996년 자매결연을 맺은 형제 도시이기도 한 하노이는 묘하게 서울을 닮았다. 하지만 그 결은 사뭇 다르다. 마지막 왕조(응우옌 왕조)의 화려한 궁전이 잘 보존된 중부의 ‘후에’가 경복궁이 있는 서울 같다면, 하노이는 잘 보존된 왕궁이 없고 일부 건축물과 그 터만 남아 화려했던 과거를 짐작하게 한다. 천년 고도의 흔적이 터와 흙 속에 스며든 경주나 공주를 닮았다. 거대한 마천루 사이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고궁의 유적들은 이 도시가 겪어낸 장구한 세월을 웅변한다.
빗속을 뚫고 피어난 할리 스피릿

이튿날 아침, 하노이 하늘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하지만 궂은 날씨도 라이더들의 열정을 식히진 못했다. 하노이 할리데이비슨 매장 앞은 나를 환영하기 위해 모여든 HOG 회원들의 바이크로 가득 찼다. 빗방울이 맺힌 크롬 도금이 보석처럼 빛나는 가운데, 우리는 서로의 손을 맞잡고 기념품을 나누며 서로 하나 되는 할리 정신을 확인했다.
베트남의 할리 커뮤니티는 하노이, 다낭, 호찌민 3개 거점을 중심으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하노이 챕터의 ‘탄(Thành)’ 회장은 베트남 3개 지역 연합회장을 겸임하며, 성공한 사업가이자 존경받는 리더로서 베트남 라이더들을 이끌고 있다. 연말연시가 되면 베트남 전역의 라이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합동 모임을 갖는다. 또한,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를 펄럭이며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와 후원 활동에 앞장서는 그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엿볼 수 있었다.
호안끼엠의 전설처럼 영원할 우정

전설 속 거북이는 21세기에 들어서도 빌 클린턴 대통령이나 장쩌민 주석 같은 국빈이 방문할 때 모습을 드러내며 영물(靈物)로 여겨졌다. 비록 2016년, 온 국민의 애도 속에 마지막 거대 거북이 세상을 떠났지만, 호수는 여전히 하노이 시민들의 안식처로 남아 있다.
호안끼엠의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며 마시는 진한 베트남 커피의 향기, 그리고 그보다 더 진한 베트남 형제들의 우정. 빗소리와 웃음소리가 어우러진 하노이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나는 확신한다. 우리가 나눈 이 우정은 호안끼엠의 전설처럼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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